1945년 11월 3일 해방 뒤 환국을 앞둔 임시정부 요인들의 기념촬영(사진출처=백범기념관)
[프레스큐=공경진 기자] 대한민국 건국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누구는 1919년을 건국이라 하고, 누구는 1948년을 건국이라 주장한다. 정치권은 이 문제를 마치 흑백논리처럼 몰아가며 진영 논쟁으로만 소비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 앞에서 어느 한쪽만 옳다고 단정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 스스로의 뿌리를 왜곡하는 일이다.
1919년 4월 11일 임시정부 수립은 대한민국의 정신적 기초였다. 3·1운동의 함성을 바탕으로 민주공화제를 선포했고, 이는 오늘 헌법 전문에 그대로 계승돼 있다. 국가라는 실체는 부족했지만, 자유와 독립을 향한 의지와 정통성은 그때 이미 시작되었다. 임시정부를 건국의 뿌리로 존중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1948년 8월 15일의 의미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제헌헌법을 통해 국민이 주권을 가진 나라가 탄생했고, 같은 해 12월 유엔은 대한민국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했다. 이듬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독립국가로 승인하면서, 대한민국은 국제사회 속에서 당당한 주권국가로 자리 잡았다. 건국의 실질적 출발점이 바로 여기 있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
1948년 5월 31일 열린 제헌국회 개원식에서 이승만 의장이 태극기 아래 단상에 서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위키백과)
따라서 대한민국의 건국을 하나의 날짜로만 한정하는 것은 오히려 역사를 협소하게 만든다. 1919년은 건국의 이상과 정신이 싹튼 날이고, 1948년은 그것이 제도와 국제적 승인을 통해 현실로 완성된 날이다. 두 시점을 모두 존중할 때 비로소 대한민국의 역사는 온전하게 설명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문제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다. 어른들의 정쟁에 따라 역사를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혼란을 주어서는 안 된다. 어른들의 이념전쟁으로 인해 아이들이 역사적 피해자가 된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기성세대의 몫이다. 우리는 책임감 있고 부끄럽지 않은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 사실에 근거한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
건국을 둘러싼 논쟁은 이제 끝내야 한다. 역사를 정쟁의 도구로 삼는 순간, 우리 아이들은 피해자가 되고 미래는 흔들린다. 임시정부와 제헌정부, 두 개의 시간을 함께 존중하며, 아이들 앞에서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는 것. 그것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켜온 세대가 반드시 져야 할 무거운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