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아시아 교류재단 이사장 임성주

한·중 아시아 교류재단 이사장 임성주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종교재단의 조직적 정치개입을 근절하기 위해 일본의 ‘해산 명령’ 제도까지 검토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공정한 정치 질서를 위한 조치로 이해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종교단체는 사회 속에서 활동하는 공동체이며, 신앙의 표현은 본질적으로 사회·정치적 의견 표명과 맞닿아 있다. 이런 특성상 정치적 언급이나 참여를 일률적으로 문제 삼고, 나아가 해산까지 가능하게 하는 제도는 헌법이 보장한 신앙의 자유,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와 정면으로 충돌할 위험이 크다.

특히 대한민국처럼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사회에서는 특정 종교가 차별적 규제를 받는다는 인식만으로도 갈등과 불신이 증폭될 수 있다. 헌법 역시 국가가 특정 종교를 우대하거나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헌법 20조 2항), 종교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적 기본권이다.

따라서 종교재단의 정치 개입을 일정 부분 규율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방식은 지극히 신중해야 한다. 무엇이 ‘정치개입’에 해당하는지 명확한 법적 기준을 세우고, 자유를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원칙이 반드시 적용되어야 한다.

결국 논점의 핵심은 ‘해산’이라는 극단적 조치가 아니다. 불법적이고 조직적인 정치 동원 행위만 엄정하게 규율하는 동시에,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정교한 균형을 찾는 데 있다. 과도한 규제는 또 다른 갈등과 사회적 분열을 불러올 수 있다.

정치와 종교의 건강한 경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절제된 제도 설계와 폭넓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종교계와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숙의 과정을 거쳐 공감과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급한 처벌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지키기 위한 신중한 접근이다.

2025. 1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