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큐=공경진 기자] AI와 자동화의 속도가 우리가 상상한 미래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공장에서 기계가 사람의 손을 대신하는 장면은 더 이상 신기한 일이 아니고, 사무실에서도 문서 작성·번역·데이터 분석까지 인공지능이 처리한다. 문제는 기술 변화가 가져오는 충격이 노동, 교육, 복지라는 세 축을 동시에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2025년 1월, 한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포괄적인 AI 기본법을 제정했다.
고위험 AI와 생성형 AI를 관리·감독하는 체계를 만들고, 대통령 직속 국가AI위원회를 출범시켜 부처와 지자체, 민간의 정책을 통합 조율하겠다는 계획이다. 법 시행은 2026년 1월이지만, AI 거버넌스를 국가 전략 차원에서 정비하겠다는 의지는 이미 확인됐다.
노동 현장은 이 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정부 취업 플랫폼 ‘워크24’의 6월 신규 구인 공고는 전년보다 11.2% 줄었다. 25~29세 청년층 고용은 올 1분기에만 9만8천 명이 감소했다. 대신 플랫폼 노동자는 3년 새 30% 넘게 늘었다. 고학력 청년도, 경력 있는 중장년도 앱을 켜서 일감을 받는 시대다. 고용의 안정성은 떨어지고, 경계 없는 노동 형태가 확산되고 있다.
로봇 팔과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 사무실에서 AI 모니터링 화면 앞에 앉은 직장인
교육 분야도 안심할 수 없다. OECD 통계에서 한국 청년의 대학 졸업률은 높지만, 졸업 후 고용률은 79%대에 머문다. 많은 이들이 실업이 아니라 아예 비경제활동 상태로 빠져든다.
기업들은 인력의 절반 이상이 리스킬링이나 업스킬링을 통해 직무를 바꿨다고 말한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지 않으면 도태되고, 배워도 다음 변화가 곧 몰려온다.
복지 영역은 더 복잡해졌다. 전환기 실업자와 불안정 노동자를 위한 안전망이 절실하지만, 지금의 사회보험 제도는 여전히 전통적 고용 구조를 전제로 짜여 있다. 게다가 외국인 주민 비중이 4%를 넘어서면서, 언어와 문화 통합 정책까지 동시에 챙겨야 하는 상황이다.
이민자 상담센터,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같은 다문화 복지정책이 필수로 떠오른다.
문제는 여전히 정책이 ‘따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노동 정책은 고용률, 교육 정책은 입시, 복지 정책은 재정 논쟁 안에서만 소비된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세 가지가 얽혀 움직인다.
일자리가 바뀌면 교육이 바뀌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소득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전망이 뒷받침돼야 한다. 어느 하나만 바꿔서는 전체 균형을 잡을 수 없다.
노동·교육·복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일러스트 이미지
전문가들은 최소 20년을 내다보는 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변화를 뒤따라가는 대응이 아니라, 변화를 선도하는 전략 말이다.
지금 우리가 만드는 제도가 AI 시대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도, 기회를 넓힐 수도 있다. 방향을 결정하는 건 결국 사람이고, 그 선택의 시간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기술은 이미 준비됐다. 문제는 우리의 결심이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과 시민사회가 같은 테이블에 앉아 노동·교육·복지를 하나의 그림으로 설계할 때, AI 시대는 불안이 아닌 도약의 무대가 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건 관망이 아니라 결단이며, 그 결단이 늦어질수록 미래는 남이 설계한 대로 굳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