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동 먹자골목(사진=프레스큐)

[프레스큐=공경진 기자] 12월 중순에 접어들면 거리의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달라진다.

연말이라는 말이 주는 기대와는 달리, 요즘 골목상권의 공기는 차갑다. 불은 켜져 있지만 손님은 줄었고, 음악은 흐르지만 웃음소리는 적다. “연말 특수는 옛말”이라는 이야기가 더 이상 과장이 아닌 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분명하다. 매출은 정체돼 있는데 고정비 부담은 줄지 않는다. 임대료, 인건비, 공과금은 그대로인데 소비는 쉽게 살아나지 않는다. 외식과 모임은 줄었고, 사람들의 지갑은 조심스러워졌다. 통계 수치 이전에 현장의 공기가 먼저 변했다는 점을 체감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의 언어는 현장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듯 보인다. 정치권은 여전히 큰 이슈와 날카로운 논쟁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발언은 많고 메시지는 빠르지만, 그 말들이 현장의 체감 온도와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는 쉽게 느껴지지 않는다. 정치가 민생을 말하고는 있지만, 민생이 정치 속으로 들어오고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정치는 종종 숫자로 민생을 설명한다. 성장률, 물가, 지표, 예산.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민생은 숫자보다 ‘온도’로 먼저 다가온다. 시장의 표정, 가게 안의 적막, 하루 매출을 정리하는 손의 무게에서 체감된다. 이 온도를 읽지 못한 정책과 메시지는 국민에게 쉽게 공감되지 않는다.

연말은 단순한 시기가 아니다. 한 해의 결과를 체감하는 동시에, 다음 해를 준비해야 하는 분기점이다. 이 시점에서 민생이 느끼는 불안은 곧 다음 해에 대한 전망과 직결된다. 정치가 이 시기를 정치적 공방이나 상징적 메시지로만 채운다면, 국민과의 거리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의 역할은 문제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있다. 모든 이슈를 동시에 다룰 수는 없다. 그렇기에 지금 무엇이 가장 시급한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 연말 민생의 신호가 분명한 상황에서 정치가 이를 뒤로 미루고 있다면, 그 선택 자체가 국민에게는 메시지가 된다.

체감되지 않는 정치는 설득력을 잃는다. 아무리 정교한 말이라도 삶의 현장에서 와 닿지 않으면 공허하게 들린다. 반대로, 과하지 않은 한마디라도 현장의 온도를 정확히 짚어낸다면 국민은 귀를 기울인다. 정치가 다시 민생의 언어를 회복해야 하는 이유다.

연말의 민생은 조용하지만 분명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정치는 지금 누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새해를 맞이한다면, 정치와 국민 사이의 간극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말이 아니라, 체감될 수 있는 선택과 우선순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