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큐=공경진 기자] 복지를 말하는 정치인은 많다. 그러나 복지를 ‘설계하는’ 정치인은 드물다.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정경자 의원(국힘, 비례)은 후자에 가깝다. 감정적 언어 대신 제도를, 일회성 지원 대신 구조를 선택해온 정치인. 그는 복지를 정치적 수사로 소비하지 않고, 행정의 언어로 끝까지 책임지는 방식을 택해왔다.
정경자 의원의 의정활동은 눈에 띄게 요란하지 않다. 그러나 예산서와 조례안, 행정사무감사 회의록을 따라가다 보면 그의 이름은 반복해서 등장한다. 보이지 않던 사람을 정책의 중심에 세우고, 작동하지 않던 시스템을 점검하며, 결국 구조를 바꾸는 정치. 그가 만들어온 복지정치의 방식이다.
■ 현장에서 시작된 문제의식
정경자 의원의 정치는 현장에서 출발한다. 장애인 복지시설, 돌봄 현장, 복지관, 정책 수요자 간담회는 그의 의정활동에서 빠지지 않는 공간이다. 그는 정책을 논의하기 전, 먼저 현장에서 묻는다. “이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가.”
이 과정에서 정경자 의원은 복지정책의 가장 큰 문제로 ‘현실과 제도의 간극’을 지적해왔다. 예산은 있으나 구조가 맞지 않아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정책, 취지는 좋지만 행정 절차에 막혀 대상자에게 닿지 않는 제도들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이후 그의 질의와 조례, 예산 심의 전반에 일관되게 반영됐다.
정경자 의원이 복지를 ‘따뜻한 정치’라는 표현으로 포장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복지를 감정의 영역이 아니라, 설계와 책임의 영역으로 본다.
■예산을 넘어 구조를 바꾸다
정경자 의원의 의정활동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지점은 예산과 제도를 다루는 방식이다. 그는 단순히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왜 이 예산이 필요한지, 구조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개선되지 않으면 어떤 피해가 반복되는지를 집요하게 짚는다.
실제 2026년도 예산 심의 과정에서 그는 대규모 복지 예산 삭감 시도를 문제 삼으며, 집행부에 정책 책임을 분명히 물었다. 그 결과 장애인·돌봄·취약계층 관련 예산 상당 부분이 복원됐고, 이는 “복지 예산은 조정 대상이 아니라 사회 안전망”이라는 원칙을 분명히 한 사례로 평가받았다.
또한 보건환경연구원 운영과 관련해서는 단순 인력·예산 부족을 넘어, 시험관리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정경자 의원은 “사람을 늘리는 것보다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우선”이라며 전산화 도입과 운영 체계 개선을 요구했다. 이는 행정의 관성을 흔들며, 복지·보건 정책을 보다 지속가능한 구조로 전환하라는 주문이었다.
■행정사무감사에서 드러난 ‘감시자’의 역할
정경자 의원은 정책 제안자이면서 동시에 감시자다. 행정사무감사에서 그는 감정적 공방 대신, 자료와 구조를 중심으로 문제를 짚는 방식으로 주목받아 왔다. 돌봄통합 정책, 장애인 정책, 공공의료 체계 전반에 대한 질의는 단순한 지적이 아니라 “이대로 가도 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가까웠다.
이러한 활동은 평가로도 이어졌다. 그는 OBS 선정 행정사무감사 우수의원으로 이름을 올리며, 보여주기식 질의가 아닌 실질적 점검을 해온 의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돌봄 정책과 관련해서도 인력 문제, 현장 처우, 제도 미비점을 종합적으로 짚으며 지방의회의 역할을 분명히 했다.
■ 비례대표, 한계를 넘어 역할이 되다
정경자 의원의 정치적 위치는 비례대표다. 그러나 그의 의정활동을 따라가다 보면, 비례대표라는 위치는 한계가 아니라 역할로 작동한다. 특정 지역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경기도 전체의 복지 구조를 바라볼 수 있는 위치였기 때문이다.
정경자 의원은 장애인 정책, 돌봄 체계, 공공의료 안전망 등 광역 단위에서 접근해야 할 의제들을 지속적으로 다뤄왔다. 이는 “지역구가 없다는 것은 현장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모든 현장이 현장이라는 뜻”이라는 그의 정치관과 맞닿아 있다.
■ 조용하지만 물러서지 않는 정치
정경자 의원은 스스로를 드러내는 방식보다, 정책이 작동하는 결과로 평가받기를 원한다. 그래서 그의 정치에는 큰 소리도, 자극적인 표현도 없다. 대신 문제를 끝까지 추적하고, 행정에 책임을 묻고, 구조를 바꾸는 집요함이 있다.
복지를 시혜가 아닌 권리로, 선언이 아닌 시스템으로 만들겠다는 원칙. 정경자 의원의 의정활동은 이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조용하지만 물러서지 않는 정치, 그리고 느리지만 가장 확실한 방식의 변화. 그가 경기도의회에서 만들어가고 있는 복지정치의 얼굴이다.
※ 다음 시리즈에서는 정경자 의원이 발의·참여한 조례와 행정사무감사 사례를 중심으로, 복지정치가 실제 제도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