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지속적인 군사적 위협 속에서 위험에 노출된 대한민국 국민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장면.(사진=CHAT GPT)

[프레스큐=공경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순한 이념 논쟁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 체계와 국가 정체성을 근본부터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특히 최근 간첩 사건들이 연이어 적발되면서 ‘국가보안법은 이미 시대적 역할을 끝냈다’는 주장 자체가 사실과 동떨어진 현실을 보여준다.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논쟁에서 흔히 등장하는 논리는 “냉전시대에 만들어진 낡은 법”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간첩 활동은 냉전 시절보다 훨씬 정교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 최근 군 정보 유출, 노동조직 연계 활동, 해외 공작 지령 등 현대형 간첩 사건들이 바로 그 증거다.

2023년 창원 간첩단 사건, 2024년 군 정보사 군무원 기밀 유출 사건, 2025년 반국가단체 지령 관련 유죄 사건 등은 ‘과거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 안보를 위협하는 현실적 사례다. 최근 5년간 적발된 간첩 관련 사건만 공식 수사 기록 기준 최소 14건에 달한다는 보도는, 간첩 문제를 과거가 아닌 현재진행형 안보 위협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활동들이 적발될 때마다 매번 비슷한 패턴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침투, 포섭, 정보수집, 여론 조작이 현대식 공작의 표준이 됐다. 과거 잠수함 침투가 전쟁이라면, 지금은 정보전과 내부전이 국가 체제를 공격하는 방식이다.

국가보안법은 단순히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규제가 아니라, 국가의 기본질서를 보호하는 최후의 법적 방어선이다. 헌법이 규정한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이기도 하다. 물론 정치적 오남용이나 인권 침해 우려에 대한 논의는 언제든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법 자체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위험이다.

국가보안법 폐지가 현실화되면, 국정원의 대공수사 기능이 사실상 사라지고, 내부 간첩 활동을 적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대한민국의 방첩 체계와 정보전 수행력을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냉전유산 폐지가 아니라 국가생존 기반을 해체하는 행위에 가깝다.

특히 북한이 세계 최고 수준의 사이버전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지금 필요한 것은 폐지가 아니라 오히려 강화다. 미군, 일본, 이스라엘, NATO 모두 정보전 시대에 맞는 안보법 체계를 강화하는 추세다. 대한민국만 반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국가안보는 한번 무너지면 복구가 어렵다. 자유와 인권은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이지만,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한 법적 방파제 자체를 허물어버리는 것은 오히려 표현의 자유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다. 수호 장치 없는 자유는 언제든 외부 침투와 내적 전복 앞에서 무력해지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가보안법 폐지가 아니라, 이 법이 왜 대한민국에서 필요했는지, 지금 어떤 위험이 존재하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보완하고 현대화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다.

국가안보는 정당의 이해관계나 정치 프레임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자체의 존속과 직결된 문제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순간 위험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문이 열리는 셈이다. 간첩은 이미 우리 곁에 있었고, 지금도 존재하며, 앞으로 더 교묘한 방식으로 대한민국을 공격할 것이다.

안보는 상수가 아니라, 계속 관리해야 하는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