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공무원이 세상을 떠났다.
그는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도, 범죄가 입증된 사람도 아니었다. 다만 ‘의혹’이라는 이름의 수사 프레임 안에 놓여 있었을 뿐이다.
지금 정치권은 특검의 정당성을 두고 격렬히 충돌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의 시선은 그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향하고 있다. 왜 그는 끝까지 버티지 못했는가. 그리고 국가는 그 무게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었는가.
수사는 법적 절차다. 하지만 수사의 대상이 된 개인에게 그것은 절차가 아니라 삶 그 자체다. 압수수색, 소환 통보, 언론 보도, 주변의 시선은 한 사람의 직업과 명예, 가족과 일상을 동시에 흔든다.
특히 공무원에게 수사는 더욱 가혹하다. 행정의 모든 판단은 기록으로 남고, 그 기록은 언제든 ‘의혹’이라는 이름으로 재해석된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법전에 존재하지만, 현실에서는 먼저 낙인이 찍히고 삶이 흔들린다.
현장에서 만나는 공무원들의 말은 무겁다.
“정책 판단이 아니라 책임을 피하는 행정이 늘고 있다.”
“문제는 일하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해졌다는 것이다.”
이 말들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물론 잘못이 있다면 밝혀야 한다. 권력형 비리 의혹에 성역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 원칙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의혹을 다루는 방식 또한 법과 정의의 일부다.
사실관계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나의 전제를 고정한 채 수사가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반대되는 정황이나 맥락이 배제된다면 그 수사는 정의가 아니라 폭력이 될 수 있다.
이번 논란의 본질은 특정 인물의 유무죄를 가리는 문제가 아니다. 사법 시스템이 얼마나 신중하게, 얼마나 인간의 삶을 고려하며 작동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공무원의 죽음을 개인의 비극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그 이면에는 과도한 책임 전가, 정치화된 수사 환경, 그리고 “문제가 되느니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왜곡된 행정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오늘의 공무원뿐 아니라 내일의 시민 역시 안전하지 않다.
정치는 책임을 져야 하고, 수사는 진실을 향해야 하며, 국가는 그 과정에서 사람을 지켜야 한다. 의혹은 수사로 끝나야지, 사람의 죽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공무원의 죽음 앞에서 우리가 침묵한다면, 그 침묵은 또 다른 희생을 허락하는 것이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편 가르기가 아니라, 사법 권력이 어디까지, 어떤 방식으로 행사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시민적 성찰이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사회는 결코 정의로운 사회라 말할 수 없다.
군포시의회 이훈미 의원(국민의힘, 산본1동·금정동·군포1동)
군포시의회 행복복지위원회 위원장
국민의힘 경기도당 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