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과 붉은색 저울을 든 정치인이 정치의 균형과 협치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일러스트(사진=프레스큐)
[프레스큐=공경진 기자] 추석 연휴가 끝나자 정치권은 ‘민심’을 두고 엇갈린 해석을 내놨다. 그러나 여야의 시각 차이를 넘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발언은 민심의 의미를 왜곡시키고, 협치의 원리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 9일 자신의 SNS에 ‘추석민심’이라는 제목의 글을 연이어 올리며 “내란당은 해체해야 한다”, “윤석열은 풀어줘서는 안 된다”, “민주당이 개혁을 늦게 한다”는 발언을 소개했다. 그가 “민심”이라 칭한 이들은 대부분 민주당 지지자들이었고, 내용 역시 정권 비판과 검찰개혁 촉구에 집중돼 있었다.
정청래 대표가 전한 ‘민심’은 결국 지지층의 확증 편향에 갇힌 여론일 뿐, 국민 전체의 다원적 의견과는 거리가 멀다. 정치 지도자의 언어가 당의 팬덤을 향할수록 국정은 협치가 아닌 대립으로 치닫게 된다.
정치란 서로 다른 의견 속에서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정청래 대표는 마치 국민 전체의 뜻인 양, 특정 진영의 분노를 ‘민심’이라 규정하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공론장을 좁히는 행위이자, 결과적으로 국민을 편가르는 정치다.
나아가 정청래 대표는 야당을 ‘내란 세력’으로 몰아가는 극단적 프레임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국민을 설득하는 정치가 아니라, 지지층 결집을 노리고 국민을 갈라치기하는 얕은 계산에 불과하다. 국민의 목소리를 인위적으로 왜곡해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는 결국 ‘민심’을 도구화하는 것이다.
결국 그는 국민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의 발언은 상징적이다.
여당의 대표가 본인의 역할을 헷갈리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일러스트(사진=프레스큐)
우상호 수석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입장과 운영 방향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가끔 속도나 온도의 차이가 있다”며 “대통령의 생각을 잘 전달했을 때 당이 곤혹스러워할 때도 있고, 반대로 대통령도 ‘왜 당이 그런 결정을 내렸는가’를 알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개혁 입법 추진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 간 인식 차이가 존재함을 드러낸 대목이다.
결국 이는 ‘권력 중심 정치’의 전조로 해석된다.
정청래 대표는 여당 대표로서 국정의 균형과 협치의 축이 되어야 함에도, 정부와의 조율보다는 내부 결속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는 곧 국정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동훈 전 대표 사이의 당정 갈등과 내부분열은 여권의 기반을 약화시키며, 결국 정권을 민주당에 내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정청래 대표가 지금처럼 협치를 외면한 채 내부 결속에만 매달린다면, 현 정권 또한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새로운 정부가 탄생하면 주연은 국민이고, 대통령은 조연이다. 국민의 선택으로 세워진 정부가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을 위한 국정 운영을 펼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여당 대표의 첫째 역할이다.
정부를 견제하고 감사하며 비판하는 위치는 야당의 몫이다. 지금의 여당, 그중에서도 수장이자 중심인 당대표가 야당의 역할을 스스로 떠맡으며 여당으로서의 품위를 떨어뜨리고 있다.
그 자리는 권력을 쥐는 자리가 아니라, 권력을 국민에게 되돌려주는 자리다. 정치 지도자가 그 본분을 잊고 자신만의 권력 놀음에 몰두한다면, 그 정권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민심을 앞세워 권력을 쥐려는 정치, 그리고 협치를 외면한 자의식적 리더십은 결국 같은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쟁이 아니라 문제 해결이고, 여당의 역할은 비판이 아니라 조율이다.
정청래 대표가 말하는 ‘민심’이 진정한 국민의 뜻이라면, 그는 지지층의 환호가 아닌 국민 전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정치 지도자는 내 울타리 안에 있는 국민만이 아니라, 울타리 밖의 국민들도 함께 보듬고 살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얻고, 민심이 진정한 힘이 된다.
민심은 진영의 울타리 안이 아니라, 그 밖에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