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민 도의원이 행정사무감사에서 강원도교육청을 상대로 질의를 하고 있다.
[프레스큐=정희도 기자] 강원특별자치도의회 최재민 의원(국힘, 원주4)은 강원도교육청이 이미 보급률이 100%를 넘은 초등학교를 포함해 구형 태블릿PC를 추가로 구매·배포하려 한다며, 이는 ‘재고떨이식 보급’이자 ‘예산 눈속임 행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도교육청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도내 171개 학교에 1만9,553대의 태블릿을 보급했고, 4월 이후 1천대를 추가 지급했다. 그러나 당시 납품된 모델은 2024년 1월 출시된 ‘갤럭시 탭 S9 FE+ (12.4인치)’로, 이미 출시 1년이 지난 제품이었다. 최 의원은 “신제품도 아닌 구형 모델을 대량으로 들여온 것은 사실상 재고떨이 수준”이라며 “예산은 그대로인데 시장가는 하락했다. 업체 재고 정리에 세금이 쓰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도교육청이 연말에 보급을 추진 중인 ‘갤럭시 탭 S10 FE (10.9인치)’ 역시 지난 4월 출시된 모델로, 보급 시점 기준 8개월 이상이 지난 제품이다. 최 의원은 “새로운 기기 구매가 아니라, 쓰지 않는 태블릿을 회수해 필요한 곳에 재배분하는 게 먼저”라며 “현재 기준에서 가장 좋은 모델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게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강원도 내 태블릿PC 보급률은 초등 103.5%, 중등 96.3% 수준으로 이미 포화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교육청은 추가 예산을 들여 기기 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절반 이상은 수업에서 쓰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예산 확보 과정에서도 ‘눈속임’ 정황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도교육청은 올해 1차 추경에서 ‘고등학교 2학년 학생에게 시급히 태블릿PC를 보급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86억8천만 원을 확보했다. 애초 교육위원회는 “이미 미사용 기기가 많다”며 예산 전액을 삭감했지만, 도교육청은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고2 학생 수업용 긴급 수요”를 내세워 예산을 되살렸다.
그러나 예산 통과 후 내부 수요조사 결과, 실제 배정 계획은 초등 4,815대, 중등 1,417대, 고등 6,245대, 특수 196대 등 총 1만2,673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당초 ‘고2 학생 전용 보급’이라는 명분과는 명백히 어긋나는 수치다. 실제 고2 학생 대상 필요 수량은 약 4,300대로 전체의 39% 수준에 불과했다.
최재민 의원은 “교육위에서 전액 삭감된 사업을 예결위에서 ‘고2 대상’ 조건으로 되살린 뒤, 초·중·고 전체에 나눠주는 건 명백한 기망 행위”라며 “지방재정법 제47조(예산의 목적 외 사용금지) 위반이며, 형법상 직권남용과 공문서 부정행사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산 목적을 왜곡한 집행은 행정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지금이라도 태블릿PC 추가 보급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사용 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기기 보급 문제를 넘어, 지방교육재정의 투명성과 행정의 신뢰성을 시험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현장 수요보다 행정 논리가 앞서는 사업 구조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디지털 교육’이라는 명분조차 예산 낭비의 가림막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