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큐=공경진 기자]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경기고등학교에서 화재가 발생해 학생과 교직원 1,10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강남소방서에 따르면 불은 19일 오후 2시 11분쯤 경기고 3층 동아리실에서 발생했으며,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이 30여 분 만인 오후 2시 43분쯤 완전히 진화했다. 다행히 대규모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현장에 있던 한 학생이 손에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경기고등학교 동아리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건물 밖으로 뿜어져 나오고 있다.
문제는 초동 대응 과정에서 나타났다. 화재 경보가 울렸을 당시 교내 방송에서는 “오작동으로 확인됐다”는 안내가 나가 대피가 늦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2학년 재학생 이모 군은 “경보가 멈추자 선생님이 오작동이라고 말씀하셨다”며 “이후 경보가 다시 울리자 학생 한 명이 ‘불이야!’라고 외치며 달려나갔고 그제서야 모두 대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학생회장 안모 군은 “불길이 번지자 교내 방송으로 대피 지시가 내려졌고, 각 반 임원들이 단체 대화방을 통해 학생들을 안내했다”며 “운동장에 모인 뒤 담임 선생님들이 인원 확인을 하고 귀가 조치했다”고 전했다.
최근 경기고는 지난달 허위 폭발물 협박 사건으로 학생들이 긴급 귀가하는 등 불안한 상황을 겪은 바 있어,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당시 사건에 이어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또다시 긴급 대피 상황이 발생하면서 학교 안전 관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학교 측은 “현재 학생들은 모두 귀가 조치한 상태”라며 “정확한 사고 경위는 소방 당국의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화재 현장에서 학생들이 직접 소화기로 초기 진압을 시도했으나 불길이 잡히지 않은 정황 등을 확인하고, 정확한 발화 원인과 안전관리 실태를 조사 중이다.
연이은 대피 소동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학교 안전 체계의 허점을 드러낸다. 교육당국과 학교는 학생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