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큐=공경진 기자] 대한민국 프로축구에는 시민구단이 많다.
K리그 1부와 2부를 통틀어 지역 이름을 걸고 뛰는 팀 대부분이 지방자치단체의 손에서 운영된다. 그래서 구단주의 명함에는 언제나 ‘시장’ 또는 ‘도지사’라는 직함이 따라붙는다. 시민구단이라는 제도의 구조상, 지역 행정 책임자가 구단의 최종 대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시장이 구단에 같은 애정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는 이름만 구단주일 뿐 경기장을 한 번도 찾지 않는다. 반면 어떤 시장은 선거 이전부터 팬들과 함께 응원석에 앉았고, 지금도 원정길까지 동행하며 구단을 하나의 ‘시민공동체’로 키워가고 있다. 이런 시장에게 시민들은 행정가가 아닌 ‘팬 중 한 사람’으로서의 진심을 본다.
FC수원 구단주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이 FC안양 유니폼을 입고 시정업무를 보고 있다.(사진=뉴시스 기사 캡쳐)
최대호 안양시장은 첫 시장 재임 시절 FC안양 창단을 적극 추진한 인물이다.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낙선한 이후에도 꾸준히 경기장을 찾아 팀을 응원할 정도로 애정이 깊었다. 현재도 시정 업무나 주요 일정을 조율할 때 FC안양 경기 일정을 우선 고려할 만큼 구단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이 때문에 안양 팬들 사이에서는 “구단주를 다시 하기 위해 시장에 출마하신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축구 사랑이 각별하다.
물론 이런 행보는 정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상대 정당에서는 “축구를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고 비판하고, 반대로 팬들은 “진심을 정치로 해석하지 말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정작 팬들에게 중요한 건 시장의 당적이 아니다. 구단을 위해 누가 얼마나 진심으로 움직이느냐, 그 한 가지가 전부다.
울산HD FC와의 원정경기 응원에 나선
FC안양 서포터즈
정당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팬들이 있기에 시민구단은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살아남는다.
이들이 지지하는 것은 특정 시장이 아니라, ‘안양’이라는 도시의 이름과 ‘보라색 유니폼’의 상징성이다. 정치가 갈라놓은 이념의 선을 넘어 하나의 구단으로 모이는 시민의 응원은 도시의 자존심이자 공동체의 힘이다.
정치와 스포츠는 완전히 분리될 수 없다.
그러나 정치가 스포츠를 도구로 삼는 순간, 구단은 시민의 품에서 멀어진다. 시민구단이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선 시장의 정당이 아니라 팬들의 열정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결국 시민구단의 진짜 주인은 시장이 아니라, 그 구단을 사랑하고 지켜온 팬들이다.